풀뿌리는 그저 풀뿌리일 뿐 / 청송 권규학
삶과 죽음이란 것
참으로 멀고도 가까운 존재입니다
남을 죽이면 살인이 성립되고
스스로를 죽이면 살인이 아닐까요
어제까지 눈빛을 주고받으며
한 자리에서 호흡을 함께 했어도
어느 순간 생(生)과 사(死)로 엇갈리는 삶
삶과 죽음의 의미가 생경한 요즘입니다
남이 알아보지 못했을 땐
자신의 행위를 의식하지 못하다가도
남들이 의식했을 때에서야
자신을 죄의식으로 몰아가는 사람들
혹여 알고는 있을까요
빛이 있는 밝은 곳에선
보이는 것만 볼 수 있지만
빛이 없는 깜깜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인다는 걸
조직을 이끌어간다고
스스로 리더를 자처하는 사람들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할 일입니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수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시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모르게 숱한 죄를 저지르고서
잘못이 들통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서
지은 죄가 없어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한 시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
족함을 알고 분수를 지켜야 하며
가슴에 새겨 명심해야 할 일입니다
죽음이란 책임회피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죄 사함의 명분이나 조건은 더욱 아닙니다
홀로 일어서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해서 일어서려는 자는
누가 되었든 신뢰와 믿음을 잃게 되는 것
풀뿌리는 그저 풀뿌리일 뿐
그늘을 만들어 줄 큰 나무가 될 수 없다는.(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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