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6) / 청송 권규학
산다는 게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소꿉놀이처럼 손쉬운 건 절대 아니며
재미로 사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세상이란 게
합법이 당연히 정상적인 것이려니와
모든 게 다 합법적인 건 아닐 것이며
늘 합법이 불법을 극복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정상이 비정상에 묻히는 게 비일비재한 삶
비정상이 정상을 넘어선다는 건
뭔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 살아온 삶이란 게 그랬습니다
소라처럼 단단한 껍질을 쓰고 있어
외부의 빛이 차단되어 속을 볼 수가 없는
해변에 부는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었습니다
선창에 머무는 해풍인 듯싶다가도
어느새 갈잎에 목을 매는 강바람이었고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나였으되 내가 아니었습니다
늘 나 아닌 다른 눈을 의식해야 했고
늘 삶이 아닌 죽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빛과 그림자와 같은 극과 극의 어긋난 삶
이젠 빛과 어둠의 간극을 깨뜨리고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런.(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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