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이별은 이별이 아니라는 / 청송 권규학
당신이 떠나던 날은 너무 슬펐습니다
하지만, 몹시 기쁜 날이기도 했습니다
잘 살아오지 못한 지난날의 갈등과
가슴을 막은 체증이 제거된 건 기쁜 일이었지만
떠나는 널 잡지 못한 마음엔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별의 슬픔을 생각하기보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에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숱한 세월 감내한 모진 마음앓이
고민과 갈등을 훌훌 털었기에
오늘처럼 기쁜 적이 없었다고 하겠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슬퍼지는 건 무엇일까요
마음 한편에 쌓인 삶의 편린(片鱗)들
하나둘씩 떠올릴 때마다 슬퍼지는
이런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 한
혼자만의 이별은 이별이라 할 수가 없습니다
골키퍼가 있다고 공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 포만감이 가득해도
순간이 지나면 금세 허기를 느끼듯이
하나의 사랑이 마음을 가득 채워도
다른 감정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공간의 제한이 없는 가 봅니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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