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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김승옥 소설을 통해 본 '60년대 문학의 특질'

    김승옥 소설을 통해 본
    
    '60년대 문학의 특질'를 읽고
    
    
    흔히들 한국 문학사를 말할 때, 60년대의 대표적 작가로 '김승옥'을 얘기한다.        
    '김승옥'은 4 19와 5 16을 겪은 역사적 증인으로서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어둠임을 
    긍정함으로써 출발한 무리-동인지 「산문시대(1962. 여름호)」를 조직한 
    '김승옥', '김현', '최하림', '강호무', '서정인', '김치수' 등-였다.
    이 무리들이 조직한 동인지 「산문시대」는 의식적으로 떼를 지어 등장하였음이 특징적이다.
    이런 의식적인 떼지음은 60년대 문학의 가장 확실한 싹이되어 날카로운 감수성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60년대 문학으로 통하는 '김승옥'에서 가장 잘 찾아 볼 수 있다.
    그의 문학에서 감수성이란 
    다름아닌 연기로서의 감수성으로 '김승옥'의 '환상수첩'에 잘 나타나 있다.
    한참 후에 형기가 고개를 숙인 채 혼잣말 처럼
     - 날 바다로 데려가줘.
    하고 말했다.     나는 그의 시커먼 안경 밑으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 바다는 왜 ?
    바다는 여기서 남쪽으로 삼십리쯤 밖이었다.
     - 불 속에서 차라리 식구들과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 .......
     - .......
    죽어버리고 싶으냐 ?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정우야
    그는 내가 쥐고있는 자기 손을 약간 흔들며 말했다.
     -바다로 데려가줘 ?
    내가 물었다.     그는 또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했다.      
    어딘지 어리광 같고 그러나 사실은 웃음으로 받아넘겨 버릴 수 없는 부탁이었다.
    '환상수첩'은 작가의 말대로 소설이라기 보다는 수기의 일종으로 바다를 끼고있는 시골 소도시에 
    고향을 둔 '정우'라는 이름의 문과대학생이 주인공이다.       그는 이 수기를 써놓고 자살해 버린다.
    그의 자살은 60년대 서울의 문과대학의 강의실 분위기 속에 있는 감수성의 실상이자 허상으로 
    실재하지 않는 '환상' 때문이었다.
    이 '환상'에는 4 19와 5 16이라는 역사적 현실보다 더욱 원초적인 것이 놓여 있었다.     
    서울의 문과대학생 '정우'가 문과대학과 서울을 동시에 살 수 있기 위한 
    연기력이라는 것이 놓여있는 것이다.
    이 연기력을 가능하게 했던 '환상'이야말로 60년대를 연 「산문시대」 동인들의 정신적 수준이었다.
    '김승옥'은 서울의 문과대학을 둘러싼 4 19 직후의 지적 분위기를 날카로운 감수성으로 포착하였고,
     그 감수성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과 흡사한 것이었다.      
    4 19와 5 16이 60년대를 규정하고 있기에 이 시기의 문학이 4 19  문학 또는 혁명문학은 아닐지라도 
    4 19속에 흡수되어 여러 소설 속에 갇혀있다.       
    따라서 4 19로 표상되는 '자유'의 개념은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60년대 전체를 통해서 제일 크게 울 목소리가 되었다.
    위에서 살펴 본 60년대 문학의 특질을 바탕으로하여 '김승옥'의 소설 몇편을 분석해 보자.
    무진기행
    그의 대표작의 하나로 꼽히는 '무진기행'이 보이고자 한 인물의 상징적인 행적에는 
    60년대적 폐허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고시에 패스한 대가로 명문가의 여자를 얻어 생을 바꾸려 하는 친구, 서울에 가기위해 조바심으로 
    몸을 바치는 여교사, 이유가 드러나 있지않은 술집여자의 자살 등 한껏 냉소적인 이야기,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서식하는 미쳐가는 삶을 해풍과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함께 섞어 
    수면제와 같은 마력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무진기행'에서 '안개'라는 현상과 사람들이 작중인물 뒤에서 끊임없이 
    '수근거리고 수근거리며 수근거리는' 상황묘사는 1960년대 당시, 
    전쟁에 의한 물질적 결핍뿐만 아니라 도덕성의 원천인 신을 잃은 정신적 폐허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개'라는 소설 속의 분위기는 '김승옥'만의 아주 절묘한 표현으로 남아 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
    이것이야말로 그가 말한 소설론인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음'이라는 진술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아닐까.
    서울의 달빛 0장(章)
    이 작품은 1977년 제 1회 '이상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장편소설 '강변부인'과 함께 이상과 꿈도 없이 물질적인 충족과 감각적인 쾌락에 몸을 맡기는 
    현대적인 삶의 풍속도를 그려보인 작품이다.
    텔레비젼 탤런트라는 미인과 비행기 안에서 만나 결혼을 했고, 
    신혼여행중에 신부로부터 성병을 옮겨 받았으며, 으슥한 요정에서 몸을 팔러나온 
    호스티스들 사이에 끼어 나타난 아내를 만났기에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작중인물을 통해서
    '서울의 달빛 0장(章)'은 이미 60년대적인 '안개' 상황을 걷고 출범하기 시작한 1970년대의 산업화 
    근대화 바람속에 필연적으로 묻어 둔 물신숭배의식의 정확한 초점맞춤으로 파악될 수 있는 작품이다.      
    70년대는 물신숭배의 기치를 높이 올리고 한국사회 전체가 떠들썩한 돈 모으기와 쾌락추구와 
    편리함을 찾는 일로 총력을 기울인 그런 시대였다.
    눈부신 고속도로와 드높은 고층 아파트, 그리고 끝내 채울 길 없는 허기증의 신기루를 찾기 위해 
    일체의 도덕도 윤리도 접어 둔 채, 어둡고 음습한 갈증의 항해를 거듭한 한 시대의 모습을 
    '김승옥'은 성생활 문화에서 절묘하게 찾아 보여주고 있다.
    작가 자신이 '시시한 계층'이니 '시시한 여자니' 하고 내세운 언표방식은 작품내용이 
    거의 포르노와 맞먹는 성행위 묘사에 대한 부끄러움의 자기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실은 그처럼 객관적으로 그런 계층을 그려보임으로써 작가 '김승옥'에게 있어 
    1960년대에 그처럼 미심쩍게 보였던 세계란 드디어 욕망의 끝, 말하자면 산업자본주의 체제가 
    나쁜 쪽으로 뒤틀린 마지막 형태로, 발가벗고 드러나 있음을 타락한 방법으로 묘사해 드러내려는 
    작가 의도의 역설적인 표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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