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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소문(所聞)

 

 

소문(所聞) / 청송 권규학

 

 

어디에서 떨어진 부스러기일까

흔적 하나 보이지 않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그렇지만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저절로 파고드는 짙은 구린내

 

미처 챙기지 못한 손길

저 혼자 잘난 산바람이 흘렸거나

수다스러운 갯바람이 떨어뜨렸거나

방직공장의 여공(女工)이 놓친

낡은 지퍼의 실밥이 풀린 때문인지

뜬 소문의 근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흩어진 실밥의 끝을 잡고

근본 없는 말의 찌꺼기들이 난무한다

채 끝맺음을 하지 못한 박음자리에

숱한 입들은 또 다른 지퍼를 열어젖히고

끝 갈 데 없는 도움닫기를 청한다

 

온몸 가득 거부감을 내뱉어도

쉬지 않고 엉겨 붙는 역겨운 악취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이

막무가내 튀어나오는 따발총성

표정을 바꾼 태양의 눈 흘김에도

제 맘대로 퉁겨져 나오는 구겨진 말 말 말들

 

개울가의 갈대가 숨을 죽이고

골짜기의 억새가 눈을 흘겨도

적과의 동침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바람 사이

진실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퍼 풀린 민들레 홀씨 하나

나풀나풀 허공을 날아 하늘에 오른다.(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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