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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잡초를 뽑으며

 

 

잡초를 뽑으며 / 청송 권규학

 

 

마른 태양볕이 정수리를 때리는 오후

여름, 전원(田園)의 하루는 요란하다

 

끝을 보이지 않고 고갤 쳐드는 망초대

하얀 치아를 보이며 깔깔 웃는 한련초

탱글탱글한 몸매로 거드름 피는 쇠비름

땅바닥에 붙어 기며 조소하는 비단풀

뽀글뽀글 게거품을 뿜는 개미자리

또각또각 제몸 마디를 자르는 쇠뜨기

정녕 지칠 줄 모르는 끈기가 대견하다

 

독특한 자신의 이름에 맞게

저마다 특징적인 삶을 사는

원하지 않는 짓만 골라하는 아이들

뽑고 또 뽑아도 그 뿌리를 볼 수 없고

자르고 또 잘라내도 다시 또 싹을 내는 녀석들

이름이 있어도 불러주지 않고

그저 싸잡아 잡초라고 부르는 우리

우리는 왜 이들을 못마땅해할까?

 

내 것은 없고 남의 것만 주워 담은 삶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속내

시도 때도 없이 치켜드는 못난 소갈머리

어쩌면

옹졸한 내 마음을 이리도 쏙 빼어 닮았을까?

 

잡초를 뽑으며 나를 담금질한다

치졸한 속 마음을 조금씩 닦고

용렬하고 옧진 마음을 어루만지며

뿌리째 뽑을 수는 없어도

조금씩 솎아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흐르는 땀방울에 삶을 씻는다

성하(盛夏)의 계절, 이 더운 날에.(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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