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날 때 불린 이름 그대로 / 청송 권규학
누군가 내게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저 태어났으니까 산다고 말하리
이 복잡하고 변화막측한 세상살이
목숨줄 붙어있으니 산다고 말할 밖엔
누군가 내게 꽃이 왜 지느냐고 물으면
그저 피었으므로 지는 것이라고 말하리
거센 풍우설상(風雨雪霜) 견뎌내고
여린 듯 저리도 모질게 살고 있으니
세상에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듯이
피어났기에 다시 지는 것이듯이
그저 왔으니 가는 것이요
피었으니 때가 되어 지는 것일 뿐
저 홀로 잘난 모습으로 사는 생명들
어찌 그들에게 이유를 물으리
바람이 불면 스치듯 따르고
물결이 일면 더불어 흐를 뿐
피어날 때 불린 이름 그대로
질 때도 꽃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좋을.(1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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