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침묵(2) / 청송 권규학
새벽녘, 재즐대는 새소리
아름답습니다, 평화롭습니다
누구에게 하는 노랫소리는 아닐지라도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사는 사람들
교회에서, 성당에서, 법당에서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하는 일 두루두루 이루게 해 달라고
자신의 영달과 제 가족의 안녕을 위해
시도때도 없이 두 손을 모으지만
들리지 않습니다
응답하지 않습니다
침묵할 줄 아는 신(神)들입니다
세레를 받고
수계를 받고
고해성사에, 삼천 배를 돌파하고
맑은 물에 온몸을 씻어내도
신(神)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세월호'의 영혼들이 절규해도
가진 자가 없는 자를 갈취해도
하늘의 심판을 면해 주고
사악한 영혼을 쫓아준다고
거둬들인 재물이 쌓여
썩는 냄새가 온 세상에 진동해도
신(神)은 단잠에 빠졌습니다
신(神)은 없습니다, 이미 죽었습니다.(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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