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가 사는 세상 / 청송 권규학
길섶에 퍼질러진 쇠똥무더기에
구불구불 바글바글
구더기가 득시글댄다
녹갈색 똥 무더기가 지상천국인 듯
구르고 뒹굴고 난리를 치다가
양껏 먹고 배부르면
번데기로 어느 곳에 머문 후
날개옷 걸쳐 입고 하늘을 난다
이리저리
제 맘대로 돌아다니다가
'미안하다' 싶으면
두 손 싹싹 비벼 사과하고
이쪽저쪽, 볼을 비비며 애교를 떨고 나면
귀여운 척 이곳저곳 핥아댄다
더러운 쇠똥에서도 생명이 태어나
쇠똥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듯이
우리 사는 모습도 그런 것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노라면
시궁창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는.(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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