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부스에서 / 청송 권규학
삶의 길 어디쯤에서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곳, 공중전화부스 앞이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
그저 무뚝뚝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눈
부스 안은 텅 빈 공간, 아무도 없다
길고양이들의 눈빛만이 기웃거릴 뿐
언젠가
부모·형제 가족·친지 간 소식을 전하고
죽고 못 사는 연인의 사랑을 날랐던 곳
호출기에서 카-폰으로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치닫는 시대
이제 더는 그들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러고 싶다
삶의 길 어느 중간쯤
다시 만나고 싶은 이 있다면
바로 여기, 공중전화부스에서 만나지기를.(120507)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꽃이면 좋겠어, 너는 (0) | 2012.05.10 |
---|---|
봄에 싹튼 가을 이파리 (0) | 2012.05.09 |
詩여, 시인이여(2) (0) | 2012.05.06 |
詩여, 시인이여(1) (0) | 2012.05.06 |
봄과 여름 사이 (0) | 2012.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