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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공중전화부스에서

 

 

공중전화부스에서 / 청송 권규학

 

 

삶의 길 어디쯤에서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곳, 공중전화부스 앞이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

그저 무뚝뚝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눈

부스 안은 텅 빈 공간, 아무도 없다

길고양이들의 눈빛만이 기웃거릴 뿐

 

언젠가

부모·형제 가족·친지 간 소식을 전하고

죽고 못 사는 연인의 사랑을 날랐던 곳

 

호출기에서 카-폰으로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치닫는 시대

이제 더는 그들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러고 싶다

삶의 길 어느 중간쯤

다시 만나고 싶은 이 있다면

바로 여기, 공중전화부스에서 만나지기를.(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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