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싹튼 가을 이파리 / 청송 권규학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봄에 싹튼 가을 이파리
사는 건지, 끌려가는 건지
여름과 겨울 사이
어쩌다 한 번 싹트는 잎
아무래도 불균형인 듯하지만
돌아보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
사시사철 피는 꽃이 있듯이
계절 지나 피는 풀잎도 있을
기러기도 소리를 내고
뱀도 흔적을 남기는데
어찌 풀잎에 사랑이 없을까
닭에게 의탁하면 닭을 따르고
개에게 의탁하면 개를 따르는 게
인간사,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한다지
껍질이 없으면 털도 없듯이
사랑도 따져보면 껍질과 같은 것
사람의 속은 밀림 속보다 더 음흉한데
이미 쏟은 물, 후회한들 무엇하리
너를 그리듯 삶을 살고
너를 부르듯 노래를 하자
사랑아 사랑아
아무리 불러도 그리운 이름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은 이름이여.(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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