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여, 시인이여(2) / 청송 권규학
우리의 마음 안에 눈이 있다면
우리가 쓰는 글에도 눈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글
제대로 된 詩 한 편엔
세상을 제대로 짚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럽니다
감탄사는 자제하는 것이 좋고
직유보다는 비유와 은유가 좋다고
누구나 다 아는 그렇고 그런 말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눈에 빤히 보이는 평이한 표현보다는
깊은 물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은은한 표현이 더 감칠맛 나겠지만
어떨 땐 직접적인 표현도 필요합니다
시인이 살아있는 말의 거부(巨富)라면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이 되고
세밀히 볼 수 있는 현미경이 되면
감탄이든, 직유든, 그런 건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무릇, 시인이란 사람이
어떻게 써야 할지를 깨달았다면
어떻게 버려야 할지도 알아야 하겠기에.(1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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