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좋아하는 그대에게 / 청송 권규학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조병화 시인의 시에서 이 구절을 읽었을 땐
'설마 그러려고…, 비가 뭐라고…'
그저 스치는 웃음으로 넘겼습니다
그대가 곁을 떠난 숱한 세월
비가 올 때마다 눈물이 맺혔습니다
맑은 날, 기분이 좋다가도
어둑어둑해진 밤이 생각나고
밤하늘의 별이 그리워졌습니다
어떨 땐, 풀꽃이 좋다가도
아름드리 몸집 큰 나무를 좋아하고
은빛 모래 반짝이는 해변을 걷다가도
물결 넘실대는 파도를 찾곤 했습니다
밤새 장맛비가 휘몰아친 오늘
잠을 설치며 내다본 창밖
문설주 사이를 파고드는 빗방울
톡톡, 그대의 음성인 양 귓불을 때립니다
눈을 뜨면 환상처럼 사라졌다가도
눈감으면 스크린으로 살아나는 얼굴
그립습니다, 비 내리는 날이면 더욱.(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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