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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 사이 / 청송 권규학
가을과 겨울 사이
청도천 바람이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물억새를 흔드는 할머니 바람
백발을 날리며 물 위를 날고
생태공원*을 휘돌아온 할아버지 바람
파랑새다리* 위에서 냉기를 삼킵니다
주구산* 끝자락에 올라앉은 덕절(德寺)*
땡강땡강 뎅그렁뎅그렁
추녀 끝의 풍경(風磬)이 제멋에 겨워
초동(初冬)의 축가(祝歌)를 울립니다
곡마단의 깃발처럼 출렁이는 강가
12월의 청도천에는
억새와 갈대 사이를 비집고
각양의 바람들이 패션쇼를 벌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흔들리는 강변처럼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팔랑거리는.(231206)
* 생태공원 : 주구산 또는 덕절산 자연생태공원
* 파랑새다리 : 주구산(소라리)과 송북리를 잇는 청도천의 다리
* 주구산 : 청도군 화양읍 소라리 일대의 산, 덕절산이라고도 함.
* 덕절(德寺) :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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