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와의 데이트-6호 태풍 '카눈'을 맞으며- / 청송 권규학
6호 태풍 '카눈'*을 마중하러
밤새 모니터와 씨름을 했다
정면에 열여섯 좌우측에 서른 두대
마흔여덟의 모니터에 시선이 꽂히다
자정 지나 새벽으로 가는 시간
온다던 '카눈'은 소식이 없고
화면 가득 사선을 긋는 비, 비, 비…
장댓비만 눈이 시리도록 구경했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태풍 경보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새벽 시간이 지나고 아침 아홉 시경
통영에 상륙한 '카눈'의 소식을 듣는다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빗줄기
'카눈'이 업고 올 바람의 위력은 어떨까
아직까지 바람은 그리 세지 않다
행여 못 말리는 말괄량이는 아닐까
한 발 두 발 한걸음 두 걸음
느림보걸음으로 북상하는 '카눈'
언제 …, 어디쯤일까
너의 실체를 볼 그 시기가.(230810)
* '카눈(KHANUN)' : 열대과일의 한 종류로 태국에서 제출한 '23. '6호 태풍'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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