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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 청송 권규학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문(門)이 없는 산길을

혼자 걷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따로 주인이 없는 산길

세속의 흔적이 끊기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가끔씩

산까치, 까마귀가 울음을 떨구고 가는

자연의 소리마저 없다면 한없이 적막한

 

스스로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문(門)마저도 없는 그 길

결국엔 길마저 없어질 그 길을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홀로 걷는 일

마음에 품은 모든 욕심 떨구고

새(鳥) 물(水) 바람(風)과 친구 하며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그렇게

흔적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잘려나간 옛것이 더욱 그립고 귀하지만

지난 것에 연연치 않고 순간에 충실한 삶

살아서는 푸른 소나무(靑松)처럼

죽음에 임해서는 연못에 빠진 달처럼

독야청청(獨也靑靑), 흔적 없이 사는 일입니다

 

그릇이 비어있다고 사라진 게 아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게 아니듯이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산 짐승처럼 산자락에 숨어들어

무념무상, 물 흐르듯이 하냥 그렇게

스스로를 꽃피우며 사는 일입니다.(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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