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 청송 권규학
아이의 생일이 기록된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본다
언제 이만큼의 세월이 흘렀을까
마른침 삼키며 삶을 한(恨)한다
고이다 못해 흐르는 침을 삼킬 수만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의 임인년(壬寅年) 한 해
한 갑자(甲子)의 세월이 감개무량하구나
앙상한 나뭇가지 위
바람 한 점 스치고 지나가면
내년엔 올해보다는 나아지기를…
속는 셈 치고 또 한 번 소망을 말한다
팔랑이는 12월의 달력 한 장
찢겨나간 열 한 장엔
무수한 사연도 많았지만
한 장의 남은 달력엔 옹이* 흔적만 가뭇하다.
* 옹이 :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
'굳은살', 즉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과 겨울 사이 (0) | 2022.12.04 |
---|---|
있습니다, 기적이란 건 (0) | 2022.12.03 |
12월 (0) | 2022.12.02 |
사랑과 이별의 종말을 위한 협주곡(協奏曲) (0) | 2022.12.01 |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0) | 202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