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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 청송 권규학

 

 

아이의 생일이 기록된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본다

언제 이만큼의 세월이 흘렀을까

마른침 삼키며 삶을 한(恨)한다

 

고이다 못해 흐르는 침을 삼킬 수만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의 임인년(壬寅年) 한 해

한 갑자(甲子)의 세월이 감개무량하구나

 

앙상한 나뭇가지 위

바람 한 점 스치고 지나가면

내년엔 올해보다는 나아지기를…

속는 셈 치고 또 한 번 소망을 말한다

 

팔랑이는 12월의 달력 한 장

찢겨나간 열 한 장엔

무수한 사연도 많았지만

한 장의 남은 달력엔 옹이* 흔적만 가뭇하다.

 

* 옹이 :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

'굳은살', 즉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곤줄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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