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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감기 조심하세요-", 감기…, 이 몹쓸 놈의 불청객

 

 

                                                                     "-감기 조심하세요-"

감기…, 이 몹쓸 놈의 불청객 / 청송 권규학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의 어느 가을날 오후.

목이 칼칼하다. 코 끝이 간질거린다.

가끔은 재채기가 나기도 한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괜찮으려니…, ' 참기로 한다.

어둠이 깔리자 온몸에서 반응이 온다.

반응이라기보다는 반항이었다.

뼈와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프다.

콧구멍이 막혀 숨쉬기조차 힘이 든다.

그래도 '괜찮으려니…, ' 또다시 방임하고 만다. 그게 착오였다.

무엇이든 '무시함'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전기매트의 전원을 켜고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오만가지 잡생각이 뇌리를 채웠고, 두 눈은 또랑또랑 말똥말똥하다.

반항하던 몸뚱이에서 반항이 아닌 발악이 시작된다.

아니, 발악이라기보다는 거의 발광 쪽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꽉 막힌 숨구멍을 뚫고자 내쉬고 들이쉬고

풀고 닦고 막고…, 두루마리 휴지 하나가 금세 사라진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새벽 3시를 가리키는 벽시계의 얼굴..., 부스스,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급히 차를 몰아 병원 응급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름을 묻고,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 묻는다.

그걸 알면 왜 내가 응급실에 왔을까만, 묻는 말에 주저리주저리 썰을 푼다.

간호사의 손에 들린 두 개의 검사봉…, 콧구멍을 후벼 파는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든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세요.'

 

코로나일까, 독감일까…?? 문 밖으로 쫓겨난 채 호출을 기다린다.

새벽녘…, 희뿌연 안개가 사위(四圍)를 감싼다.

을씨년스럽고 괴기스러운 분위기에서 10분이란 시간이 '일일 여삼추'를 느끼게 한다.

 

'어르신…! 들어오세요.'

'어르신(?)이라니…? 내 나이가 어느새 그렇게 되었나…?'

 

당직 간호사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당직의사와 마주 앉았다. 의사 선생님 왈(曰)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네요. 그냥 감기입니다.'

'...........................................................................'

 

당직의사의 목소리…, 상당히 퉁명스럽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다행 중 불행'일까, '불행 중 다행'일까…?

새벽에 병원문을 들어 선 죄 아닌 죄(?)로 엉덩이에 두 방의 주사기를 꽂아야 했다.

 

'코로나도, 감기도 증세가 비슷해서 처방약도 같습니다'는 말과 함께 약을 받아 들고 귀가했다.

다시 잠을 청하고, 한참을 뒤척이다가 언제 잠이 들었으며 또 얼마나 잤을까.

휴대전화기의 알람음이 위력을 발휘한다.

아침 여섯 시..., 기진맥진 부스스한 몰골을 추슬러 세수를 한다.

곡기를 채우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 옷매무시를 챙겨 사무실 책상에 앉는다.

졸음이 밀려들고 가끔씩 잔기침이 뒤따른다.

코끝에선 여전히 시큰둥한 느낌…, 좋지 않은 기분이 최고조다.

퀭한 눈동자를 지우려고 화장실을 찾아 한 바가지의 찬물을 끼얹는다.

찬물의 깜짝 효과는 만점이었다. 하지만 지속성에는 문제가 있었다.

꾸벅꾸벅…, 밀려드는 졸음…,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오전 일과가 끝나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일과가 시작되고….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약을 먹어도 별 효과가 없다. 오히려 목젖이 붓고 아프다.

잔기침의 횟수가 늘어나고 목구멍에서 가래가 끓는다.

쉰 목소리가 쇠 목소리로 변하더니 가랑가랑 탁성(濁聲)으로 변한다.

문제는 코로나 시기(?)…, 이 시기에 바라보는 눈길들이 곱지 않다는 것.

코로나도, 독감도 아닌, 그냥 감기일 뿐인데 모두가 기피하는 몸짓들…!

그렇다고 일일이 붙잡아 앉혀서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라고…,

일일이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일…, 그저 눌러 참기로 한다.

마스크도 답답함을 개의치 않고 더 열심히 눌러 낀다.

괜히 자라보고 놀란 가슴에 솥뚜껑 보고 다시 놀라게 할 순 없는 일이기에.

감기로 응급실 신세를 진 것도 처음이거니와 덩치는 큰 놈(?)이 비실비실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쩌랴.

온몸을 헤집고 다니는 감기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을 수 없음에야.

 

'제발이지, 조속히 쾌유되게 하소서!'

 

그저 혼자만의 간절한 기도를 하는 수밖엔.

언제쯤 끝이 날까. 언제쯤이면 물러날까.

어느 가을날에 쳐들어온 '감기'란 이름의 이 지독한 불청객은.(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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