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 / 청송 권규학
전원(田園) 마당을 정리하다가
에어컨 실외기 커버 속
부드러운 지푸라기로 지은 집에
작고 예쁜 알이 가지런히 놓인
곤줄박이의 둥지를 발견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앙증스러운 모습
이 작은 알 사형제를 낳고서
애태웠을 어미새의 고충을 생각합니다
집주인의 손길로부터 벗어나고자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빛을 피하고자
얼마만큼 가슴을 졸였을까요
시시 때때 애간장 다 태웠을 어미새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픕니다
말 못 하는 작은 짐승인지라
인간의 감정에 비견하긴 그렇지만
주인 잃은 둥지 앞에서
애통해하는 곤줄박이의 슬픔에
어찌, 모른 척 외면할 수 있을까요
고의성은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보금자리를 망친 손길이기에
'곤줄박아 곤줄박이야
둥지가 여기 있단다'
다시 돌아와 알을 품길 바라며
발코니 앞에 다소곳이 둥지를 얹어 놓습니다
새끼가 부화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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