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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가을 서정

 

 

 

가을 서정 / 청송 권규학

 

 

모두가 잠든 밤

계절을 적시는 비가 내립니다

행여 잠을 깨울세라

살금살금 자분자분

도둑비* 남몰래 다녀갔네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이른 아침

전원(田園) 뜨락, 그곳에 있었습니다

대지 가득 생기가 용틀임하고

하늘은 에메랄드 빛깔이 뚝뚝-

감잎을 깔고 드러누운 주홍빛 홍시는

옅은 가을에 짙은 물감을 채색합니다

 

가을은 늘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가끔은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고 눈비를 뿌리지만

이렇듯 상쾌한 아침을 선물하듯이

우리네 사는 세상살이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르막길 다음엔

내리막길이 있듯이

힘든 일이 지나면

좋은 일도 찾아옵니다

가을이 부리는 신기한 마술처럼.(220920)

 

* 도둑비 :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의 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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