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더 아름답습니다(1) / 청송 권규학
웅장합니다, 몸집이 큰 나무들은
나무처럼 크진 않지만
작은 몸에 우주를 품은 풀꽃들, 그들은
나무보다 더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파릇파릇, 봄볕에 돋아난 새싹처럼
꿈틀꿈틀, 햇살에 힘을 얻는 꽃망울처럼
따사로운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건
새싹 움 꽃망울 같은 작은 생명들입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뚫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비집고
보도블록 사이, 먼지에 뿌리를 내려
수없이 밟히고 눌리면서도
싹을 내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풀꽃
그들의 생명력은 경이롭고 아름답습니다
건강한 숲이 형성되기까지엔
잡초와 풀꽃 같은 작은 생명들과
땅속의 미세한 세균과
땅 위의 움직이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생산과 소비와 분해의 과정이 있고서야
비로소 인간의 삶도 존재합니다
풀꽃이 흔들려야 숲이 살아나고
작은 생명체가 움직여야 숲이 건강합니다
우리네 인간 세상도 다르지 않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와 작은 생명체들
그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숲이 살아나듯이
인간의 작은 일상이 숨 쉴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 삶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2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