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죽어야 사는 남자

 

 

죽어야 사는 남자 / 청송 권규학

 

 

살아있습니다

눈을 뜨면 커튼을 올리고

해가 지면 다시 커튼을 내리는

허구한 날 빈둥빈둥

이차원의 일회성 삶을 살아가는…,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닙니다

쌓은 공덕 덕에 공짜밥 먹으며

감사하며 사는 것도 하루 이틀

제 노력의 결과라 해도 의미가 없는

내 편은 없고 남의 편뿐인 세상입니다

 

일터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움직이면 길바닥에 돈만 깔고

만남의 자리에선 눈치만 보고

땅을 파려 해도 팔 땅이 없고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는 나이입니다

 

차라리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의식주와 생활비 절약되고

통장 계좌의 잔고도 쌓일 것이고

네 편 내 편 따질 필요도 없이

그저 웃을 일만 많아질 지니…,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못한 생명

보잘것없는 삶의 명예

쥐꼬리만 한 육신의 재물

애오라지 한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죽어야만 비로소 살아난다 할.(210618)

 

 

`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시대  (0) 2021.06.21
때론 멀리 때론 가깝게  (0) 2021.06.19
정치판인지 난장판인지  (0) 2021.06.16
아침을 열어주는 이, 당신이었으면  (0) 2021.06.15
6월의 들길에서  (0) 202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