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主客顚倒) / 청송 권규학
누가 주인이고
또 누가 객(客)인지도 모를 진흙 구덩이 속
제 손이 아니면 안 되기라도 하듯
저마다 자기만이 적임자라고
거짓을 진실인양 쉼 없이 읊어댄다
누가 봐도 아전인수적 권력욕일 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종복(從僕)은….
누군가는 과거를 들추어내어 따지려 들고
또 다른 누구는 현재를 내세워 이득을 챙긴다
과거와 현재를 놓고 다투는 싸움판
손해를 보는 이는 애꿎은 국민들의 몫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집을 짓는데 어찌
주춧돌도 놓지 않고 기둥부터 세우려 할까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느니
산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먼저 흙을 뜨고 작은 돌을 들어내야 할 일이다
권력욕에 눈이 먼 사람들
그들의 미래야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그들로 인해 갈팡질팡하는 사람들
내 나라 내 국민들의 고통은 누가 치유하랴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삶의 일부를 잃는 것이지만
이 땅의 주인을 잊는다는 건 전부를 잃는 것이기에.(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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