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꽃을 피우기까지 / 청송 권규학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 인생이란 게
태어날 때 제 먹을 복을 타고난다지만
그런 팔자란 건 하늘이 내린 축복일 뿐
태어나자마자
이곳저곳 이리저리 맡겨지고 옮겨지는 운명
남자는 하늘이라는 옛말은 구닥다리요
여자 팔자 뒤웅박이라고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것도 헛소리다
독불장군으로 잘 사는 삶이란 없다
남자든 여자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할 일이다
남자 따로 여자 따로 구별하는 순간
세상인심은 저만치 달아나 버릴 테니…,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사는 게 인생이다
화해하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쓰디쓴 앙금만 머금고 돌아서는 마음 안
서로 용서할 준비를 하였으나
용서받을 마음의 준비는 없었나 보다
산다는 게 그런 것이다
사소한 일 하나가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만
그 사소한 일이 슬픔을 불러올 수도 있을…,
이래저래 세월은 흐르고
덧없는 세월 따라 꽃은 피고 다시 또 진다
꽃나무가 어찌 혼자만으로 꽃을 피울까
한 점 바람과 적당한 습기, 그리고
하늘의 태양빛이 거들지 않고서야.(1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