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癡呆), 남의 일이 아닙니다 / 청송 권규학
생각했던 주제를 자주 잊어버립니다
사용하던 물건 둔 곳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외출하려고 문밖을 나서다가
갸우뚱- 다시 되돌아오는 횟수가 잦습니다
글을 쓰려해도 시어(詩語)는 물론
간단한 단어조차 떠올리기가 쉽질 않고
화장실의 전등은 껐는지
급탕 보일러 스위치는 내렸는지
전기 인덕션의 전원은 껐는지
모든 게 긴가민가 확실치가 않은…,
해거름, 황금빛 노을이 저물고
땅거미, 어둑어둑 귀신 발로 깔린 밤
문득 창밖에 기척이 있어 문을 여니
담장에서 뛰어내린 휘영청 달빛
찬 손 호호 불며 문을 두드립니다
두드려라 두드려라
창살이 문틀을 떠나게 하고
달빛의 가죽이 눌어붙도록…,
달님의 하소연을 응원합니다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오게 하고
남아있는 기억을 지켜달라고.(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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