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凍土)의 봄 / 靑松 권규학
황량한 계절의 동토(凍土)에
햇살 한소끔 녹으면
짓눌린 바위틈새를 기어 나온
연둣빛 새싹이 쟁쟁거린다
봄이 오는 소리일까
겨울이 머무는 소리일까
장기집권을 선언한 거센 겨울의 복판에서
봄은 추위에 떠는 새의 나래로 파닥인다
2018년, 무술년의 겨울은
무장한 병사의 군홧발이었다
밟고 짓밟고 다시 또 밟아버리는 억압
군사독재 시절의 그것보다도 더 심한
무형의 칼날을 번뜩이는 무림고수였다
정녕 봄은 오지 않으려는가
켜켜이 실눈이 쌓인 살얼음판 위를
쫓기듯 내몰린 봄의 요정들
그들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려는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맑은 봄을 가진 사람들이여!
이젠 봄을 사랑하자
얼음장 같은 오늘 속에서
다가오는 봄의 물소리를 듣자.(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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