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의 가을 / 청송 권규학
갈대인가
억새인가
백발을 흩날리는 마녀의 춤사위
수성못의 가을은 가을다웠다
떠나는 가을을 즐기려는 연인들
페달을 밟는 오리배를 따라
쉴 새 없이 휘젓는 오리들의 물갈퀴질
마지막 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몸짓이었다
수면에 비친 하늘
하늘은 하늘답게 높고도 푸르렀고
정녕
그 가을 하늘은 또 가을스러웠다
하늘은 하늘대로
물빛은 또 물빛대로
충분히 가을을 가을답게 한 하루
사시사철 가을이었으면 좋았을 그런
갈대인지 억새인지
억새인지 갈대인지
제대로 된 이름을 구하려 하기보다는
물에 비친 모습만으로도 가을다워서 좋은.(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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