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가을비(8)

 

 

가을비(8) / 청송 권규학

 

 

비가 내립니다

지금 내리는 이 비는

끝물여름의 단말마를 잠재울

가을비…, 가을비가 분명합니다

 

둘이서 걷는 가을비 우산 속

연인들의 정겨운 발걸음 속에서

도망치듯 달아나는 여름을

포도(鋪道) 위를 토닥이는 빗줄기에서

젖어드는 가을의 짙은 그림자를 봅니다

 

이젠 정녕 가을입니다

그 지긋지긋했던 찜통더위

가마솥 용광로의 열기를 헤집고

몽실몽실 가랑비 흩날리는 날

창문턱…, 귀뚜라미 울음소리만 커졌습니다

 

가을비는 빗자루로도 피한다고 했습니다

수확을 기다리는 농민의 가슴을 할퀼 만큼

그렇게 많이는 내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저 여름의 끈적끈적한 습기를 씻어내고

가슴을 활짝 펼 수 있을 만큼만

가을 햇살 똬리를 튼 추녀 끝을 적실만큼만

그렇게 적당히만 내렸으면.(230918)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인가요  (0) 2018.09.06
가을의 기도  (0) 2018.09.04
가을장마  (0) 2018.08.31
매미의 가을  (0) 2018.08.29
제왕(帝王)의 꿈  (0) 2018.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