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지에서 / 靑松 권규학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기에
땡볕 아래 소나기 쏟아부은 날
청도 땅 유등지를 걷다
나지막한 산과 안온한 언덕
너른 들을 품고 있는 길지(吉地)
산기슭에 복사꽃이 필 때쯤이면
연분홍 임의 숨결이 느껴질 듯…,
군자정 연지예당 갤러리청담 덕남카페
애국지사 매운(梅雲) 선생*의 추모공원
늙은 소나무 사이의 의마총(義馬塚)*
군자정 양편의 버들과 배롱나무
청도 팔경 중의 으뜸이요
전국 명승지 백선 중의 하나
유호연화(柳湖蓮花)
유등지의 홍련(紅蓮)이 아름다워라
진흙탕에 뿌리를 내려
이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우나니
수줍은 듯 빼꼼히 내미는 붉은 꽃술
입술을 내밀어 입 맞추고 싶은…,
데크를 따라 유등지를 한 바퀴 돈다
비 소식은 온데간데없고
습도만 높아 온몸에 땀이 주르륵…,
머리가 무거운지 연밥이 고개를 숙인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 너에게서
고성 이씨 문중의 숨결을 듣는다.
* 매운(梅雲) 선생 : 애국지사 이정희 선생
* 의마총(義馬塚) : 의로운 일을 한 말들의 무덤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과 가을 사이 (0) | 2018.08.27 |
---|---|
사랑은 만병통치약입니다 (0) | 2018.08.22 |
어떤 몽상(夢想) (0) | 2018.08.15 |
소나기(3) (0) | 2018.08.11 |
웃으면 복이 옵니다 (0) | 2018.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