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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유등지에서

(유등지 전경)

 

 

유등지에서 / 靑松 권규학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기에

땡볕 아래 소나기 쏟아부은 날

청도 땅 유등지를 걷다

 

나지막한 산과 안온한 언덕

너른 들을 품고 있는 길지(吉地)

산기슭에 복사꽃이 필 때쯤이면

연분홍 임의 숨결이 느껴질 듯…,

 

군자정 연지예당 갤러리청담 덕남카페

애국지사 매운(梅雲) 선생*의 추모공원

늙은 소나무 사이의 의마총(義馬塚)*

군자정 양편의 버들과 배롱나무

 

청도 팔경 중의 으뜸이요

전국 명승지 백선 중의 하나

유호연화(柳湖蓮花)

유등지의 홍련(紅蓮)이 아름다워라

 

진흙탕에 뿌리를 내려

이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우나니

수줍은 듯 빼꼼히 내미는 붉은 꽃술

입술을 내밀어 입 맞추고 싶은…,

 

데크를 따라 유등지를 한 바퀴 돈다

비 소식은 온데간데없고

습도만 높아 온몸에 땀이 주르륵…,

머리가 무거운지 연밥이 고개를 숙인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 너에게서

고성 이씨 문중의 숨결을 듣는다.

 

* 매운(梅雲) 선생 : 애국지사 이정희 선생

* 의마총(義馬塚) : 의로운 일을 한 말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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