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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우리 아이 기 죽이지 마세요

 

우리 아이 기 죽이지 마세요 / 청송 권규학

 

 

친구의 첫 며느리 모시는 자리, 축하 차 상경(上京)하는 열차 안.

통로 건너편에 두 아이와 동승한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가 앉았다.

열차가 출발하고 반시간쯤 지났을까?

조금씩 눈치를 살피던 아이가 조급증을 느끼며 온몸을 비틀기 시작하더니

금세 열차의 좁은 통로를 놀이터 마냥 뛰어다니고

이곳저곳 다른 손님 좌석을 기웃거리며 장난을 친다.

그런데도 젊은 부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관심이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들에서 조금씩 불쾌감이 보인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아이들을 탓하거나 나무라는 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한 아이가 내게로 오더니 마시던 음료수를 엎지른다.

참다못해 아이를 불러 한마디 했다.

'아이야, 이곳은 공공장소이니 조심하렴.'

별 감정 없이 부드러운 어조로 한 말인데 금세 두 아이가 울먹거린다.

그제야 부모 된 자(?)가 나선다.

내게로 몸을 일으킨 아비 된 노-ㅁ(?)의 첫마디!

'아이가 한 일인데 뭘 그리 나무라세요?'

뒤이은 어미 된 녀-ㄴ(?)의 한마디!

'우리 아이 기 죽이지 마세욧!'

참으로 어이 +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모 된 자로서 도대체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니던가?

이 상황에서 제 자식을 편들어 나이 많은 사람을 질타하다니…,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였다.

 

도대체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 모양 요 꼴이 되었던가.

얼핏 봐도 자식 뻘 밖에 되지 않을 젊은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일이라니…??

결국엔 주변 사람들의 이구동성적 지적과 만류에 어중간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등식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과연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저 두 아이가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기여도는 기대하지도 않겠지만 아마도 부모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는 않을까?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귀한 법이라는 것쯤은 당연히 안다.

하지만,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지나친 편애와 과잉보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식의 기를 살려주고자 잘못임을 뻔히 알면서도 편애하여 잘못을 정당화한다는 건

자식에게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그것은 범죄행위(?)이다.

그것도 부모뻘되는 사람이 부드럽게 지도하는 것을 보고서

'우리 아이 기 죽이지 마세요!'라고 외친 아이 어머니의 행위를 보고서

새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고사'를 떠올려 새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전 명언 '관자(管子) 권수편(權修篇)'에 이런 말이 있다.

'일년지계(一年之計)는 막여수곡(莫如樹穀)이요,

십년지계(十年之計)는 막여수목(莫如樹木)이요,

종신지계(終身之計)는 막여수인(莫如樹人)이라.'

즉,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요,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며,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자식 교육 실태를 되짚어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김없이 토로하며

교육은 곧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임을 재삼 천명(闡明)한다.(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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