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춘삼월(春三月), 전원에는

 

 

춘삼월(春三月), 전원에는 / 청송 권규학

 

 

긴 겨울, 찬바람을 견딘 봄풀들이 춤을 추는 들녘.

전원(田園) 가득, 경쟁하듯 봄나물이 촉을 내민다.

일명 삼나물 또는 잭슨나물로 불리는 눈개승마가 오동통한 다리를 드러내고

밭둑에선 두릅과 오가피, 가죽(참죽)도 부드러운 싹을 낸다.

감나무 밑 두덩에선 얼기설기 얽힌 돌나물 줄기에서 새파란 싹이 돋고

작년 늦가을에 뿌린 시금치와 겨울초도 성큼 키재기를 하고

올마늘, 육쪽마늘, 양파도 봄햇살을 받아 기세 좋게 키를 키운다.

정녕 봄이란, 자연이 주는 축복의 계절이다.

 

자연은 이렇게 가끔 축복을 주지만 늘 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가끔은 잃기도 했고 빼앗기기도 했다.

며칠간 지독한 꽃샘추위 소소리바람에 일찍 돋은 새싹들의 콧등을

사정없이 후려치기도 했다.

기쁨과 안타까움이 겹치는 순간, 그래도 춘삼월의 전원엔 생기가 가득하다.

푸석푸석한 밭이랑을 파고 뒤집어 거름과 비료를 넣고 비닐을 덮는다.

 

5월이 오기 전, 고추 모종을 심을 준비를 한다.

맷돌호박, 애호박, 가시오이와 토마토 모종도 심어야 한다.

끊임없이 반항하는 잡초들의 도전에 굴하지 않고

첫발을 내딛는 초보농군의 발걸음에 힘이 붙는다.

내일은 내 가족, 친지들에게 무술년(戊戌年) 첫선물을 보내려고 한다.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봄 향기 가득한 나물 꾸러미를.(180417)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기, 가장 쉽고도 어려운  (0) 2018.04.22
세월의 강(4)  (0) 2018.04.19
진해에서  (0) 2018.04.16
지금 알았습니다  (0) 2018.04.15
우울증  (0) 201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