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꽃 / 청송 권규학
|
가을꽃 / 청송 권규학
엄동설한(嚴冬雪寒)에 피는 꽃 아닌 꽃
너를 일러 겨울꽃이라 한다면
춘삼월에 피는 봄꽃은
열아홉 소녀의 초경으로 핀 순정이요
여름에 피는 여름꽃은
화사한 처녀의 생기를 머금은 정열입니다
이 계절, 가을에 피는 꽃은
보랏빛 은은한 색동저고리 차려입고
산에 들에 산비탈 길섶에 앉아
오가는 사내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삶의 질곡을 견딘 중년의 여인입니다
한 송이만으로도 아름다운 봄꽃과는 달리
온산 들녘 가득 무리 지어 피어나
어스름 달빛 아래
한 무리 아름다운 강강술래로 어울리는
가을꽃 너는, 하늘이 내려보낸 천사
가을밤을 수놓는 무희(舞姬)의 춤사위입니다
어디로 갔나요, 벌 나비를 부르는 봄꽃은…,
그들의 방문이 뜸해진 이 가을
외로운 이들의 가슴 가슴마다
따가운 가을 햇살 한 움큼씩 떠 얹어
서정주의 국화꽃 생가(生家)를 찾고 싶습니다.(171111)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사계-여체의 미학- (0) | 2017.11.13 |
---|---|
강아지풀(4) (0) | 2017.11.12 |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 가을엔(1) (0) | 2017.11.10 |
물 바람 햇볕처럼(2) (0) | 2017.11.08 |
겨울 마중(1) (0) | 2017.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