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3) / 청송 권규학
햇살 깨무는 소리 들리고
감이, 대추가, 능금이
볼그랗게 부끄럼을 타는 계절
강과 바다의 물고기가 퍼득이고
들판의 풀꽃이, 나무가 열매를 맺는
이 가을엔 몸과 마음이 절로 풍요롭습니다
여무는 열매 곁에만 서 있어도…,
물길을 거닐며 이름 모를 물고기를 만나고
어느 열매 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까?
들길을 걸으며 홀린 듯 생각하고 감탄하며
하나님이 감춰 둔 자연의 속살을 만나노라면
사람이 곧 자연 속 풍경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의 정성과
얼마나 많은 비와 바람이 다독였을까요?
멈춤과 흐름을 반복하는 자연 속을 노닐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정이 깊어지고
가을 햇살에 얽혀 그리움도 그만큼 더 간절해집니다
오래전부터 내가 세월을 잊고 살 듯
계절쯤이야 잊고 살아도
때가 되면 가을은 풍성한 수확을 안고
마당가의 감나무와 돌담길을 돌아들어
느긋하게 우리를 내려다보곤 합니다
지금까지의 속도를 버리고
여유롭게 걷는 방법을 찾기라도 하는 듯.(1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