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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전경린(문학동네)의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전경린(문학동네)의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을 읽고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염소를 모는 여자',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등을 통해 
    가족의 문제, 여성적 삶의 정체성 문제를 특유의 감수성과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해온 전경린의 
    다섯번째 장편소설인 이 책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은 자유로운 기질과 탈주의 욕망을 지닌 
    여주인공 '우수련'을 통해 세밀한 감각, 절실한 욕망, 생생한 통증 속의 시간으로서의 스무 살을 
    222쪽의 분량에 그려내고 있다.
    '스무 살이 인생이 되게 하지는 말아라.'    
    '스무 살은 스무 살일 뿐이야.   삶으로 끌고 가지는 마.' 
    이 두 마디는 주인공 '우수련'에게 '박해경'이 한 말이다. 
    20살의 '우수련'이 집을 나와 살며 여러가지 경험을 겪으며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할머니의 병환으로 집안에 어둠이 내리고 그렇게 친근하던 할머니가 이젠 냄새나고, 
    자기 몸 가누질 못하고, 지겹기까지 한 주인공 '우수련'. 
    그런 할머니 때문에 집안에 웃음이 사라지고, 아버지 또한 실업을 한 상태이고, 
    어머니의 식당일로 근근히 살아가는 집안 형편. 
    자로 잰 듯한 똑같은 일상과 오늘과 내일의 경계선이 없어진 듯한 일상들...!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무작정 집을 나와버린 '우수련'. 
    그리고 인생에 재미를 주기위해 연극-남자친구 성재의 선배인 박해경이 연출을 맡은..., 
    이 또한 무작정 시작해 버린-..., 
    어떤 내용인지도, 도대체가 자기가 연습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단지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열심히도 아닌, 대충대충 연습해 나가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네 20살의 모습이 아닐까 ?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갈런지... 
    내가 왜 살고 있는지..., 굳이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눈이 떠지니 하루를 살고, 눈이 감기니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단지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나이를 먹기위해 살아가는 듯한 그런 모습이...
    할머니의 죽음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우수련'. 
    그런 수련이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식구들...
    우리가 20살에 방황을 해도 내 인생은 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30살이 되고, 
    40살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우수련'의 20살은 흘러가고 어느덧 35살에 다시 재회한 박해경...!
    어떠한 반가움을 느꼈다기 보다는..., 글쎄..., 뭐랄까...?
    서글품이랄까..., 연민..., 동정...???
    이런 걸 느껴버린 '우수련'. 
    이 대목에선 생경하게 나 또한 현재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몇 십년 후에 
    다시 만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역시나...,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말이다. 
    아마도 작가 전경린은 20살을 '검은 설탕'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20살이 지나가는 동안'을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으로 말이다. 
    '하얀 설탕'이 아니라 '검은 설탕'이라 칭한 것은 20살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걸 얘기하려 함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