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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프란츠 카프카(오용록 역, 솔 출판)의 '성(城)'

    프란츠 카프카(오용록 역, 솔 출판)의
    
    '성(城)'을 읽고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 세계로 끊임없이 상상력의 나래를 펴게 하는 
    이 책 '성(城)'은 1921년에 집필된 작품으로써 카프카 만년의 미완성 대작이다.
    '성(城)'은 주로 대화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 되는데, 대화가 무척 논리적일 뿐 아니라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즉, 모든 설명이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일차적으로 느낀 부분은 난해하다..., 지겹다.., 당혹스럽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런 소설을 읽어야 하는가... 등등..., 정말이지 이런 식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간신히 책 읽기를 끝마쳤으나 단 몇 개라도 정확히 분석할 초점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나로 하여금 몹시 당혹감에 휩싸이게 하였는데, 
    그 이유는 내가 요즘들어 카프카의 소설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작가들의 책 역시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 '성(城)'은 나에게 더더욱 큰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성(城)'이 난해한 이유는..., 
    즉, 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 간신히 몇 가지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었다.
    첫째, 이 소설이 약 20년 전에 번역된 글이라는 것이다. 
    출판계가 과학적인 노하우를 토대로 나름대로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지금에도 
    번역의 열악함은 계속 지적되는 부분이다. 
    하물며 20년 전에 발행된 소설이라면 과연 어떠하겠는가. 
    둘째, 대화위주의 이야기 전개이다. 
    이는 소설의 성격을 설명적으로 몰고 가는 역할을 한다.
    대화 사이사이에 상황의 설명과 혹은 그 자체(대화) 등을 묘사하는 표현들이 있긴 하지만, 
    물적인 표현으로 무척 딱딱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그나마도 대화를 보충해주는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대화는 무척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등장인물의 생각을 상황적인 묘사나 암시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대화로서 풀어내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이다.
    대신 특징적인 부분은 이 대화는 무척 논리적일 뿐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하녀들과 하급 하인들의 대화도 수준이 높고, 논리적이다. 
    결정적으로 이 논리적인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주의력을 흩어버리게 되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 
    셋째, 이 소설이 미완의 글이라는 점이다.
    글의 내용이 어렵고 지루했지만, '끝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해소되겠지'라는 기대로 
    글을 읽어 나갔으나 결말은 있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미완의 부분이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제공해 줄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중에 '편집자 후기'에서 '미완의 소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읽어 보았다. 
    그는 '성(城)은 미완의 소설이지만 내적으로는 빈틈없이 구성을 했고, 
    그것은 카프카 문학의 비밀 중의 하나이다.'라고 보완설명을 했으며, 
    이어서 '전제 조건이 거의 완벽하게 나타나 있는 부분까지 읽게 되면, 
    이미 외적인 결말은 중요성을 상실해 버린다.' 
    심지어는 '이 소설의 많은 부분에는 얼핏 보기에 기이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장황한 점이 있으나, 
    실은 그것이 작품의 완벽성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점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인생의 어떤 사실에 대해서, 
    다시 그 사실을 <올바른 길>에 질서를 세우는 일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기를 한 번도 시도해 본 일이 없는 사람뿐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카프카의 소설이 장황하게 느껴지는 것은 언급한 데로 '얼핏'보았기 때문이고 
    심지어는 인생의 어떤 사실에 대해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편집자의 이 같은 선언은 나를 한 번 더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쉬운 소설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 소설이 독자의 욕구만을 충족시키고 물신주의에 쉽게 영합하는 모습은 
    카프카의 실험적인 소설의 순결함을 대조적으로 부각 시켜준다.
    독자가 읽지 않는 소설은 죽은 소설임이 분명하지만, 
    물신주의의 반대편에 서있는 카프카의 소설은 열외의 대상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독자성이냐 아니냐...'하는 선택의 문제를 논하기보다는 
    양자의 가치와 파급효과를 탐구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