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 나무꾼 역, 양철북)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를 읽고
왠지 요즈음에는 일본인 작가들이 쓴 책들을 가까이하는 기회가 많은 것같다.
어느 나라 작가든지 그 책의 내용이 좋다면 읽는 것이 나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난 후 부쩍 많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 작가들이 쓴 책 중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과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그리고 이 책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이르기까지...,
최근들어 읽었던 일본인 작가들의 책들이다.
최근에 읽었던 대부분의 책들이 매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반해
이 책은 그다지 어렵다거나 힘들지 않아서 좋았다.
'어린이를 가르친다'가 아닌,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작가의 교육철학이 살아있는 이 책...!
'데쓰조'가 파리를 기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으로 데려가면 '데쓰조'는 곤충을 기를 겁니다.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지요. 하지만 나는 아무데도 못 데려갑니다.
이 녀석은 쓰레기가 모이는 여기 밖에 모르고.
여기는 구더기나 하루살이, 그리고 기껏해야 파리 밖에 없는 뎁니다.
기억 저편으로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본다. 어느 시절이든...,
나를 포함한 누구든지 좋아했던 선생님이 있었을 것이다.
마치 통속적인 하이틴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선생님과 제자 간의 사랑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으며, 지금 이 순간 생각이 난다 얼마 후 스승의 날에
사은회를 겸해서 제자들이 찾아가리라 계획하고 있지만, 왠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했던 그 선생님도
아직 나를 기억하고 계실까..., 하며 미소를 짓는다.
선생님이라...! 이 책이 들려주는 선생님은 아마 모든 선생님이 처음 교단에 들어서면서 그리는
그런 예쁜 그림일 것 같다.
그러다가 현실과 이상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의 사랑으로 '데쓰조'가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한때나마 장래 희망으로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내 자신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선생님과 비슷한 직무에 종사해 오고 있어서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버릇없이 자라지만 조금씩 아이들 서로가 자신보다 못한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
어린아이에게는 모두가 하나의 친구들임을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것 같은...,
장애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아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다가 가끔은 허공(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다.
새벽녘 캄캄한 밤하늘에 별빛만이 깜빡이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노라면 왠지 모를 희망을 느끼고,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비록 지금의 이 직종에서 수십 년을 종사해오고 있지만, 이 직종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희망대로 선생님이 되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생님이 되어 있을까?
당장 지금쯤 정년을 수년 앞두고 얼마나 망설이고 있을까...?
정말 선생님이 되었다면 내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비쳐졌을까?
혹시나 선생님이 되어서 편애나 편견에 빠져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생각자체를 두렵게 했다.
편견은 어리석음의 으뜸이라고 하던데...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마음에 동감하고 싶다.
깨끗하고 깔끔한 모습과 꼬질꼬질하고 냄새나는 그런 모습을 한 아이...,
그 둘 중에서 나는 과연 어떤 곳에 시선이 멈춰있을까?
괜히 상상의 나래를 타고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선생님의 역할과 선생님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던 어린 시절에
스스로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 못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통해 뭐라고 딱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의 감동을 받았다.
마음 한편으로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이 사랑을 가득 품고..., 또 사랑을 나눠주는 그런 학교...,
그런 세상이 된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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