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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위기철(청년사)의 ‘아홉살 인생’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을 읽고

 

 

우리는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책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 인간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과연 평생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

책을 읽고나서 소감을 쓰기에 앞서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길을 가다가 우리나라 사람 아무라도 붙들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

 

우리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책읽기를 꺼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웃한 일본이나 서양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책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짧은 인생에 있어 이 책이 없다면 어떻게 지난 역사를 알 것이며,

전문지식은 물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이런저런 사건들과

미지의 공상세계를 어찌 접해 볼 수 있으랴.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책읽기를 꺼리는 이유는 아마 게으르고 분주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운동경기나 오락을 한다든지…, 또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독서에 재미를 붙인다면 더 많은 이들이 책을 가까이하리라 믿는다.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독후감 쓰기 경진대회라던가…, 독서 상품권 발간…,

그리고 요즈음에는 초등학생으로부터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통령기 독후감 경진대회까지 생겨서 국민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독서권장의 한 방법으로 책의 디자인도 한몫하고 있다.

책의 형태도 유행이나 시대상황에 따라 변하는가 보다.

한 때는 표지가 얄팍하고 크기가 아담한 그런 책들이 유행이었다가 큰 형태로 변하는 듯 싶더니

다시 또 작은 형태로 환원되었는지 요즈음 발간되는 책들의 대부분이 싸이즈가 작고 아담하다.

 

이 책 ‘아홉살 인생’ 역시 아담한 싸이즈의 책이어서 문득 읽고 싶어진 그런 책이다.

하지만 싸이즈가 작고 아담하다해서 그 내용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아홉살 인생’은 책의 크기와 형태와는 달리 내게 전해지는 감동은 은은하고 감미로웠다.

 

‘여민이’네는 참 가난했다.

낯선 동네 꼭대기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여민이’가 사귄 친구는 ‘신기종’이라는 아이였다.

‘기종이’와 ‘여민이’의 처음 만남은 싸움으로부터 시작된다.

한쪽 눈을 못 보시는 ‘여민이’의 어머니를 보고, ‘기종이’가 ‘여민이’에게

‘애꾸새끼’라고 한 것이 싸움의 발단이 되었고, 싸움의 결과 ‘여민이’가 이김으로써

‘기종이’는 ‘여민이’를 따르는 졸병이 된다.

그런 ‘기종이’의 모습을 보고 되먹지 못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기종이’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누나와 단둘이 사는 아이였으면서도

‘여민이’에게 ‘아빠에게 일러준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런 ‘기종이’의 행동에서 새삼 싸움에서 진 서운함을 보상받으려는

철부지 아이의 순수하고 풋내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가슴이 찡해왔다.

그리고 내 어린시절…, 친구들과 다툴 때마다 내 곁에 있어준 형과 누나,

그리고 부모님들이 있었음이 축복임을 느낀다.

어릴 때 나보다 힘이 센 친구들로부터 구속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기를 펴고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들과 형제자매들…!

그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밝은 성격으로 살 수 있었음을 숨기지 않는다.

 

‘기종이’와 ‘여민이’ 역시 그렇게 친해져서 학교도 같은 반을 다니게 되었다.

일명 ‘월급기계’로 불리는 선생님 밑에서 고생답지 않은 고생을 하면서도

‘여민이’는 많은 일을 겪는다.

선생님께 이유없이 맞기도 하고 ‘꾸물대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렸다가

잘못 ‘꿈을꾸는 아이’로 미술대회 최우수상에 입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민이’의 9살 때의 가장 깊은 학교추억은 ‘우림이’였을 것이다.

‘우림이’는 ‘여민이’의 짝이었는데 늘 자기가 어린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는데 둘은 서로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다가 나중에 친해진 그런 사이였다.

둘은 심각했을지는 몰라도 책을 읽는 나의 눈에는 매우 재미있게 비쳐졌다.

그리고 동네 숲에서 ‘여민이’가 만난 골방철학자…, 그가 말하는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었지만 말 그대로 ‘철학자니까…’ 하며 이해하도록 노력했다.

‘여민이’의 아홉살 인생 중, 학교를 뺴놓는다면 남는 것은 ‘검은 제비’와의 일일 것이다.

동네 짱이였던 ‘검은 제비’와의 승부에서도 이기고, 그가 없어진 후에 짱이된 ‘여민이’었다.

‘검은 제비’는 동네아이들보다 나이가 서너살 많은 아이였는데

자기보다 서너살 어린 ‘여민이’가 옴으로써 그 ‘짱’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검은 제비’도 불쌍한 아이였다.

술에 중독된 아버지를 두고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안타까운 아이였기에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아홉살 인생…!’

내 아홉 살 때의 일을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그때의 순수함을 지금은 느낄 수는 없지만 다시 기억된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그때 일들을 ‘여민이’의 행동을 통해 새록새록 떠올려 되새김질해 본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저런 어린시절이 있었겠기에 어릴 때의 추억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누구나 아릿아릿하고 풋풋한 순수를 느낄 것이다.

이 책 ‘아홉살 인생’ 역시 오영수 작가의 ‘요람기’와 같은…,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어린시절의 추억거리를 되새김질해 볼 수 있겠기에

관심있는 이들의 일독(一讀)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