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읽고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와 작품을 들으라면
누구나 주저없이 이상과 날개를 들게 될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이상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지만 그의 작품을 읽기에는 그리 쉽지가 않았다.
한 때 이상을 주제로 한 영화를 통해 다소나마 그에 대한 매력을 느낀 적은 있었으나
그의 진면목을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하게도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과연 그가 천재시인인지, 아니면 정신병자인지를
나름대로 판단해 보고 싶었고, 또한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그의 사상이 마음에 들어 다시금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본명은 김해경이다.
그는 미술에도 상당한 솜씨가 있어 조선미전에서 입선하기도 했다.
1934년 문제의 난해시 '오감도'를 조선 중앙일보에 발표한 이후
그는 띄어쓰기를 무시하거나 숫자나 부호로 된 시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으며,
이에 못지 않게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한 그의 사생활도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폐결핵으로 총독부 건축 기사직을 그만두고 요양차 간 황해도 백천 온천에서
금홍이라는 작부를 만나 서울에서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그의 작품 중 '날개', '봉별기', '종생기' 등은
소위(所謂) '금홍소설'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1937년 재출발을 위해 일본행을 감행했으나 불령조선인으로 체포되었다가
병으로 석방된 후 곧 사망한다.
1936년 <조광>에 발표된 이 작품은 이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도덕한 풍속적 조건, '나'가 정착할 수 없는 황량한 도시의 소외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나'의 박제되어진 심리적 현상을 거의 무모하게 도려낸다.
이런 상황 하에서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절묘하게 풀어나갔다.
그의 문학은 자의식의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자의식이란 결국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고독한 세계이다.
열림이 아닌 닫힘의 세계이며,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의 문학은 그의 수필 제목과도 같은 '권태' 또는 '지루함'의 문학이다.
이것은 곧, 폐결핵의 증상인 피곤함과 연관되어 일종의 세련된 지적유희의 자의식 문학을 낳게 된다.
그의 문학은 결국 '불안한 권태'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일그러지고 변형된 치기의 주인공들, 유창하게 쏟아지는 욕설과 독설, 아이러니,
전통적인 장르의 파괴, 문체와 플롯의 붕괴 등이 이상 소설의 이러한 특징을 말해준다.
날기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모습은 곧, 이상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평가된다.
예상했듯이 그의 문학은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
이상은 자신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표현해 낸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작품이 문학으로써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의 그 같은 특성에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어쩌면 자신이 만든 세계에 빠져 생활하는 그가 뭔가 특별해 보이기도 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생각이 곧, 창조의 출발이 아닐까 한다.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그의 모습이 서글퍼 보인다.
그가 천재인가, 아니면 정신병자인가...? 하는 것은 나의 좁은 문학적 소견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