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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를 읽고
    
    
    고교시절 한 때, 나름대로는 문학청년임을 자처하며 이런저런 책들을 부지런히 모았고, 
    또 시나 시조, 그리고 이름난 수필에 이르기까지 내노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마치 유행가 외우듯 술술 암기했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작가의 한 사람이었던 김동리...,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그의 작품 무녀도(巫女圖)를 손에  잡으니 감회가 새롭다.
    김동리(1913 ~ 1995)는 경주 출생으로 대구 계성중학 2년을 수료하고 
    서울 경신고교 3년에 전입하였으나 중퇴하고 귀향하였다.
    고향에서 4년 간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전념하여 
    신·자연·인간 등의 철학적 과제에 사색하기도 했다.
    1934년에 시 '백로'가, 1935년에는 단편 '화랑의 후예'가, 또 1936년에는 단편 '신예'가
    연이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신인으로서의 확고한 역량을 평가받았다.
    이후 상경하여 작품활동에 전념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무녀도', '황토기', '귀환장정',
    '사반의 십자가', '등신불', '까치소리', '을화' 등, 다수가 있다.
    '무녀도(巫女圖)'의 개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이 책은 아들과 어머니의 신앙적 갈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객지에서 살다가 온 아들 욱이는 그 어머니인 무녀모화의 토속적 신앙과는 다른 
    기독교 신도가 되어 집에 나타난다.
    이들 모자는 사사로운 가족 간의 정의의 문제보다는 근원적인 신앙의 차이에 의한 갈등으로 
    아들 욱이가 죽게된다.
    그리고 어머니도 마지막 굿에서 스스로 자결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의 펼침에서 작가는 주제나 인물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관건적 묘사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그 미적(美的) 의미를 알려준다.
    무당묘화의 묘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아니미즘에 빠진 여인으로서 다른 종교나 가치론에는 거의 무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말하자면 시대 변이추세에 무지한 외곬수의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고뇌에 찬 불상의 충격적인 묘사에서 등신불의 생전의 인간적인 고뇌의 내력을 압축하고 
    그것을 소신 공양으로써 목숨바쳐 부처님이 되는 결연하면서도 
    고매한 인간애의 정신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세속적인 것으로 말한다면 생모의 잘못된 모성애로 전실 소생을 독살하려 한 어머니를 계도하고, 
    또 집을 나간 병든 형을 계도한다는 큰 비원이 있기도 한 것이지만, 
    그 보다는 자신을 소신공양에 바치는 그 결단력과 실천에서 개인적 고뇌의 승화와 동시에 
    불법의 안선에 이르는 엄청난 용기에 감복하게 된다.
    토속적 신앙생활과 삶을 설화(說話)를 배경으로 하여 
    폐쇄적 고립의 인간과 무의미한 겨룸의 인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작가는 시대의 문제와 개인의 운명이라는 문제를 발견해 내고 있다.
    그리고 6.25의 현실을 직시하여 보통 사람들의 시련과 수난상을 통하여 그 심성에 깃든 
    깊은 인간애의 정신을 조명한 것 들에서 김동리 작가의 인간중심적 사상을 엿 볼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