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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

    양귀자의
    
    '쳔년의 사랑'을 읽고
    
    
    사람은 삶을 살다보면 한번쯤은 자신의 전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의 전생을 다룬 작품은 다른 소설에 비해 자칫 잘못하면 신비주의에 빠지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이 소설 '천년의 사랑' 역시도 우연성이 없지는 않지만 개연성과 매끄러운 접촉을 하고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주의로부터의 탈출을 가능케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내재하고 있다.
    전생에서부터 천년에 걸쳐 이루지 못했던 한 남자의 사랑을 전생을 엿볼 수 있는 
    무아지경에 이르도록 유도함으로써 남녀간의 사랑이란 주제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한 남자가 산행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를 보았을 때 천년을 거슬러 서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이었음을 느끼게 되고, 비록 여자가 세속에 물들어 깨닫지는 못하지만 끈질긴 인내와 수련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어 서로가 통할 수 있는 내면의 길을 개척해 나가게 된다는 
    줄거리의 전개가 자못 생생하고 진지하다.
    여기서 오늘날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속에 물들어 있는 우리들로서는 자신의 전생을 알아볼 수 있는 수련을 할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현대문명은 우리를 벙어리나 귀머거리로 만들어 
    현실에 안주하기도 급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삶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자신에게로의 여행을 떠나 보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의도하는 것도 아마 일탈(日脫)을 통해 나름대로의 여유를 찾고 삶의 질을 높여 갈 수 
    있도록 사랑이란 공통된 주제를 통하여 암암리에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은 너무도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며, 존귀한 사랑에 대한 시각도 너무나 단순하고 편협적이다.
    바로 앞에 펼쳐진 현상만을 바라보며 단지 여자의 가슴에서..., 
    또는 육체에서 육감적이고 쾌락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려고 하는 현대인들..., 
    특히 남성들에게 사랑의 참모습을 일깨워주기에 적절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서 진실한 사랑이 고갈된 현대인들에게 이 소설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과감히 싸워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하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그 기술을 기피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애매모호한 현실에 부딪히게 한다.
    대체 현실에 살고있는 나만의 연인을 위하여 준비해야할 사항은 무엇이며, 
    또한 그 연인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나의 내면세계에서 어떻게 꺼낼 수 있을지...., 
    나 역시 첫 인상을 중요시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만 모든 것은 나의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것일 뿐 
    내면세계의 발로라고는 말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이 소설은 특별한 연인을 위한 연인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이야기 밖에는 
    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유가 있어 아직까지는 하권(下卷)을 읽지 못하여 두 남녀간의 사랑이 어떠한 스토리에 의해 
    서로 융합될 수 있는 경지에 이를지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지만 결말 또한 아름답게 맺어질 것이란 느낌이 든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 사랑하는 방법이 단지 한 남자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식의 전개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