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도는 바람개비'를 읽고
방안에 흩어진 쓰레기조차도 마음이 내켜야 치우고
책꽂이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던 나에게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책꽂이 한 켠에 꽂혀있는 '혼자도는 바람개비'란 책을 읽고 나서이다.
'혼자도는 바람개비'의 작은 주인공들은 보통 그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소년소녀 가장들이다.
매스컴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이란 말은 많이 들어 생소한 단어는 아니지만,
그들의 삶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국민소득이 얼마고, 경제성장이 이렇고 저렇고 말들을 많이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이것이 진정 잘 사는 나라일까 ?'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잘 살 수 있어야 하고, 이 어린 아이들이 따뜻한 인정 속에서
언제나 착하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요즈음 언론들은 흔히 말하는 권력가의 비리로 인해
빈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고 보도하고 있다.
상상도 못할 거액의 돈이 권력가들의 손과 손을 통해 전달되고,
그 많은 돈이 우리 사회를 위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자금이니,
아니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착복되어진다는 것을 볼 때 정말 한심한 생각이 하늘을 찌른다.
사회복지를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이 이런 상황이니 그 사이에 이 어린 아이들은
또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졸라메고 가난을 곱씹어야 하겠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친척에게까지 냉담한 대우를 받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상을 지우느라 애쓰는
어린이 인부 배달부 '영재', 깨어진 두부를 바라보며 '꿈과 희망이 이렇게 부서졌다.
꼭 나의 모습같다'고 말하는 그 아이를 보고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그 말 하나만으로도 나는 '영재'가 그동안 얼마나 설움을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해 왔는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재'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런 깨어진 두부 모습은 한 순간일 뿐
지금의 '영재'는 자신의 새로운 희망과 꿈을 바라보며 오늘도 새벽바람을 가른다.
그런 '영재'에게 나는 힘찬 박수를 보낸다.
'영재' 뿐만이 아니라 앞 못보시는 조부모님을 모시고, 동생의 엄마가 되어주며,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하면서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모든 아이들...,
지금도 열심히 살고있을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꾸준한 몸부림으로 돋아난 새싹이 더욱 아름답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