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古木)의 꿈 / 청송 권규학
처음부터 늙은 모습이긴 싫었습니다
그래서 싫은 모습으로 살진 않았습니다
물과 바람을 친구로 삼아
낮과 밤도 없이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그래도 꿈이 있었습니다
춤도 추었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낮엔 햇볕과 친구하고
밤엔 달빛 속에서 별들과 이야기했습니다
가끔은 비가, 또 때로는 눈이
번갈아가며 찾아와 주었습니다
사시사철 늘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모든 게 친구였고 가족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게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늘이란 시간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내일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꿈도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푸르던 잎도, 가지도 떨어지고
그 싱싱하던 정열도, 열기도 사라지고
빛바랜 추억 속에 슬픔을 남긴 채
고목(古木)의 이름으로 사그라지고 마는.(1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