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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겨울 숲에 가면

 

 

겨울 숲에 가면 / 청송 권규학

 

 

찬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마음을 추슬러 겨울 숲에 가 보라

거추장스러움을 모두 벗어 젖히고

말간 속살을 드러낸 겨울 숲

그곳에 가면

꼿꼿이 선 나무기둥 사이로

살랑이는 햇살의 춤사위를 볼 수 있다

 

겨울 숲에 바람이 분다

어디서부터 바람이 오는지

잎새들의 작은 떨림이 멎지 않는다

멎지 않을 때

나뭇가지에 서성이는 바람을 본다

 

바람이 말을 한다

어떤 바람이 속삭이는지

나무들의 귀기울임이 쉬지 않는다

쉬지 않을 때

나뭇잎을 떠나가는 바람을 본다

 

잎과 가지를 간질이는 바람

나무의 속잎에 흘러내리는 햇빛

모든 걸 간직한 겨울 숲

그 무한한 생명에의 출렁임

우주만물에 빚어진 신비를 본다

 

꼬불꼬불, 오솔길에 머무는 정령

몽실몽실, 자연거울에 반사된 햇빛

눈이 부실듯한 빛깔에 압도되어

엉겁결에 고함을 치면

나무와 나무에 부딪힌 소리가

탱글탱글, 바람을 타고 메아리로 돌아 나온다

어쩌면, 겨울 숲의 처절한 절규인지도 모를.(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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