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3 / 청송 권규학
갑작스레 높아진 하늘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릴 듯한
그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빗살무늬 햇살이 곱게 드리운다
빗살 속을 파고드는 바람
바람을 업은 나무들은
잔가지를 흔들며 부산을 떨고
쓰담쓰담
억새들은 백발을 쓰다듬으며
무리 지어 군무(群舞)를 춘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는 순간
자연스러움이 드물어진 시대를 사는 나로선
그저 발길 하나까지도 조심스러울 만큼
스치는 모든 게 소중해진다
소중함을 아는 자만이 소중해질 수 있다기에
억새숲에 들어가 누워도 보지만
왠지 자연에 빚진 것 같은
뭔가 석연치 않은 이런 기분이란…?
문득
상큼한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분다
어쩌면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를….
그 바람을 마시며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으로 간다
가을, 그 깊은 계절 속으로.(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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