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보육원 / 청송 권규학
하늘이 허락한 땅
밀양강 주변 어느 발길 닿은 농원(農園)
헝클어진 노지 한쪽켠으로
찢기고 긁혀 만신창이가 된
한 무더기의 나무 무덤을 본다
소나무 벚나무 버드나무 아까시나무
언뜻 눈에 띄는 잡목 사이
회양목 불두화 남천 홍가시나무
어느 부잣집 화단을 꾸미고도 남을
이름조차 깨닫지 못할 나무의 주검들
그들 앞에 앉아 뭔가를 다듬는 촌로(村老)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장엄하다
도로공사장에서 허리가 잘린 버드나무
자동차 매연에 질식된 사철나무
수종이 맞지 않다고 이유 없이 뽑힌 배롱나무
주인의 맘에 들지 않아 버려진 금전수
예쁘게 다듬어져 새롭게 태어난 모습
옮겨 심은 나무엔 이미 새살이 붙었고
힘겹게 움이 튼 싹과 꽃망울의 자태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명인가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부여한 손길
문득 용서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남을 용서할 수 없다는…
7월, 정녕 사랑하고픈 계절이다
시기심 많은 춘풍을 견뎌내고
혹서(酷暑)의 성하지절(盛夏之節)
이 수난의 계절엔 모든 걸 용서하자
저기 저 나무 보육원을 돌보는 손길
촌로(村老)의 넉넉한 마음처럼.(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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