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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7월 덕곡지에서

 

 

7월, 덕곡지에서 / 청송 권규학

 

 

잔뜩 찌푸린 덕곡의 밤

잔 구름 비낀 좁은 하늘 사이

별빛은 그저 영롱하기만 하고

물과 하늘이 서로 가슴을 맞대고

누구 키가 큰지 높낮이를 겨루는

전원(田園)의 호수는 교교롭다

 

앞만 보고 달려온 숱한 세월

한마음 비워내고 보니

내려놓은 등짐의 무게만큼이나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이 더 하다

왜일까?

가슴에 쌓이는 이런 중압감이란 건…

 

삶이란 건 뭘까?

괜히 심각한 척 잔머리를 굴리는데

한 잔이 간절한 내 생각을 읽었는지

'어찌 심각한 근심에 빠졌느냐?'

더위에 젖은 바람이 질문을 던진다

 

바람의 물음에 쓴웃음으로 답한다

가진 것도, 아는 것도 별반 없으면서

괜히 도인이라도 된 듯 으스댈 바엔

차라리

한 세상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리니

그저 잔돈 몇 푼으로 취함을 사서

순간의 즐거움을 갈구하였으면 되었지

그 외에 또 무엇을 더 바라리

 

삶이라는 게

자신의 어깨에 무거운 업을 쌓는 몸부림이라면

도(道)란

인간에겐 없지만,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기를 얻고 정(精)을 닦는 건

도(道)가 아니라 심신을 채우는 것일 터

 

덕곡지(池) 물안개 위에

기대하고 바라는 소망을 심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당신의 눈에 별빛이 되고

너는 내게 영원한 햇볕이 되길.(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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