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곡저수지 / 청송 권규학
물안개 우윳빛으로 피는 초야(初夜)
물새 파닥이는 덕곡저수지*
하늘엔 기러기 떼 높다
물가, 버드나무 아래
끙끄응, 황소개구리의 용틀임
오싹 소름을 돋게 할 제
서쪽 산마루엔
이른 발걸음의 눈썹달 쪽배
너울너울
쪽진 그리움을 실어나른다
창해(滄海)를 유영하는 기러기 떼
마을을 돌아 서쪽으로 날고
저수지가 뿜어내는 찬 기운에
까닭 없이 춤을 추는 들꽃들
울컥, 빛바랜 추억을 몰아온다
'오빠야, 내 손톱 예쁘지?'
봉숭아 물들인 두 손을 내밀며
살포시 미소 짓던 누이의 얼굴
아!
선 채로 돌이 된 그리움이여.(151004)
* 덕곡저수지 : 경남 밀양시 부북면 소재, 저수지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