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여 그리움이여 / 청송 권규학
하늘이 열린 날*
전원(田園)의 밤
하늘엔 조각달 높다
머리 위엔 기다랗게 북두칠성이 누웠고
북두 주걱 일곱 뼘 건너편으로 북극성이
다시 또 일곱 뼘을 건너뛰어
카시오페이아 성좌가 요념하게 앉아있다
먼 하늘이 왜 이리도 가까울까
가까이 있어도 먼 당신보다
멀리 있어도 더 가까운 별들
오늘따라 유난히 정겹고 친근하다
하늘의 별은 멀어도 볼 수 있지만
왜 볼 수가 없는 걸까
바로 곁에 있는 그리운 너는…
별빛을 삼킨 달은 또 어떤가
참으로 밝다, 조각달이어도
교교한 달빛, 스산한 가을밤
어스름, 농로(農路)에 달빛이 깔리고
달빛에 비친 음영(陰影)은 시리도록 처절하다
밤이 깊어 칠흑처럼 짙은 어둠 탓이려니…
시린 달빛을 길잡이 삼아
멀어도 가까운 별을 헤아리노라니
짧은 하룻밤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시간은 왜 또 그렇게 빨리 가는가
새벽의 찬 기운이 이슬로 모인다
문득 옷깃을 파고드는 한기(寒氣)
사랑이란 말을 담기조차 두려운…
새벽녘, 동창(東窓)이 밝아올 제
천근의 눈꺼풀을 여는 이는 누구인가
가까워도 멀고 멀어도 가까운 곳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쉬는 임
행여 그대는 알까
눈이 보지 못해도 마음이 보고 있다는 걸.(211003)
* 하늘이 열린 날 : 개천절(開天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