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 청송 권규학
가을, 어느새 가을이다
그 뜨겁던 폭염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울긋불긋
아름다운 채색으로 가을을 여는 9월
가을은 정녕
파란 하늘 중앙에 깊은 우물을 판다
때론 길게, 때론 짧게
누군가는 풀꽃의 이름으로
다른 누군가는 길섶의 가로수로
또 다른 누군가는 아름드리 정자목으로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살지만
단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도
일 년밖에 살지 못하는 한 해 살이 풀도
그 어떤 것이든
온 힘을 다해 싸워 이기고서야
비로소 오롯한 삶을 살 수가 있다
또 하나의 계절이 돌아눕는 시기
어떤 이름으로 이 계절을 보내야 할까?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땅으로 또 땅으로
더 낮은 곳으로 파고드는 시간
떨어지는 나뭇잎에 기도 제목을 쓴다
지금까지의 삶보다는 더 나은
아니, 지금만큼이라도 살 수 있게
남은 내 삶은 여백으로 남겨달라고.(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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