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소고(小考) / 청송 권규학
빛바랜 그리움이 마음을 뒤흔드는
초야(初夜)*
적막한 어둠이 풀꽃을 적실 제
허둥지둥
뒤따르던 세월이 별똥별로 흐르고
저수지 뚝방길 위로
우윳빛 물안개가 사뭇 포사시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조금씩
마음을 비워내니
하늘의 별도
잎새에 이는 바람도
오르막에 보지 못한 풀꽃도
보잘것없는 내 삶까지
떨어지는 나뭇잎에 스친다
자신의 무능을 알아차린 듯
푸름을 털고 얼굴 붉히는 잎사귀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는 이파리들
까닭 없이 멍하니 바라보다
무심코 넋을 잃는 나, 나, 나
그제야 조금은 깨닫는다
삶이 무엇이고, 또 왜 사는지
너는 누구이며 나는 또 누구인지
그리고 또 그리고선
사랑이 왜 낮은 곳에 사는지를.(150828)
* 초야(初夜) : 유시(酉時)부터 해시(亥時)까지.(18시부터 22시까지)
6시(時)의 하나로 초저녁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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